정환 개인전 '기억의 잔상'

2022.11.20~2022.12.25ㅣ소전미술관 1층, 기획전시실

자유로운 표현이 그들의 내재된 생명을 일깨우며 현실적인 내면의 공존과 사랑과 애정으로 그려낸 자연, 인간 풍경들이다. 

색채, 조형과의 갈등으로부터 생명수와 같은 참된 본성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갈망이다. 

-작가노트 중에서-

1954년생 대구 출생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 졸업 

워싱턴 메릴랜드 Baptist Church of Love Art Center 초대전 

뉴욕 햄톤 아트페어 출품 

샌프란시스코 및 국내외 단체전 150여 회,

 개인전 10회 미술세계 잡지 기획 지상전 연속 8회(2015-2016)

기간

2022.11.20(일)~2022.12.25(일)

주최/후원

(재) 소전재단 소전미술관/경기도/시흥

전시장소

소전미술관 1층 기획전시실

작가

정환

작품수

12점

관람료

1,000원

정환 개인전 '기억의 잔상'

여러 색깔의 물감이 혼재되어 캔버스를 메우고 있지만 색은 조화를 이루며 평온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두툼한 유화의 질감이 거칠어도 작가의 작품 속 그림은 아련한 듯 잔잔하고 무언가 소멸하는 것 같으면서도 다시 발현되는 이미지는 기억의 잔상처럼 느껴진다. 정환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느낌이 아닐 수 없다. 작품 속 소재는 ‘인간’이거나 ‘풍경’인데 양쪽 모두 실재와 다르게 왜곡되어 있다. 산은 평면화 되어 있고 사람의 팔과 다리는 기형적으로 길거나 짧다. 그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대상을 왜곡하여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는데 어떤 기괴한 모습도 부드럽게 표현해 내기에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이중적 감정이 든다. 대상을 무참히 비틀고 분절시켜놓고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놓치지 않는 이유가 아마도 짧은 획을 반복하여 완성해 낸 화법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점묘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점으로 묘사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정환 작가만의 방식으로 조색한 안정된 색감 속엔 컬러풀한 작은 알갱이의 반복이 있을 뿐이다. 가까이서 보면 단획(斷劃)된 저마다의 색들이 치열하게 부딪치고 있다. 보색이, 유사색이 뒤엉켜 이뤄낸 정취가 오히려 아름답다. 이렇듯 그의 작품 속엔 고집도 독선도 없다. 마치 눈을 감으면 펼쳐지는 기분 좋은 잔상이나 분절된 기억들이 그림이 되어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는 듯 하다.

소전미술관 학예사 

기획전시실 내부

내 마음 속의 자유풍경, 정환의 미술세계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정환의 회화는 인간에 대한 탐구로 시작된다. 자연보다 더욱 포괄적인 인간에 대한 그의 회화는 화려하면서도 슬픈, 슬픔조차도 예술적으로 승화하려는 한국인의 감성이 잘 표현되어있다. 우선 작가의 필력이 드러나는 구상적인 표현이 눈길을 사로잡지만 조금 더 깊이 시간을 두고 바라보면 과거와 현실 간에 중첩된 무의식적 풍경들이 평면의 캔버스에 교향곡으로 울려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화면에 등장하는 신랑과 신부, 악사, 말, 집, 악기 등의 회화적 구성 요소들은 조형적 표현에서는 독립적인 개체로 존재하지만 예술적 의미에서는 중첩되고 연결되어 작가 개인사로서의 아포리즘(aphorism)을 증명하는 유기적인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화면의 다양한 전개를 눈을 지긋하게 감고 보면 좌우 혹은 상하로 이어지는 음양의 평면과 입체가 드러나는데 입자(cube)는 서로 뒤엉켜 음악의 덩어리와 면적으로 환원되지만 규칙적이거나 딱딱하지는 않다. 오히려 화면 전체에는 고정관념을 깨려는 듯 동서양의 혼합적 드로잉기법이 독특하게 나타나고 은은한 색채로서 메워지는 공각ㄴ구성의 미학적 처리는 서양화가 정환의 심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작가의 손을 거친 인간의 모습들은 괴팍하거나 우울한 모습일지라도 즐거움과 희망을 갈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비록 작가가 살며 사랑했던 기억 저 편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현재와 삶을 공유하는 우리 시대의 초상들로서 희망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독특한 예술적 메시를 대변한다. 밝음과 어둠속 물체들에 내려앉은 잔잔한 빛의 숨결들을 잡아내기 위하여 화가의 붓은 헤아릴 수 없는 반복과 중첩을 거듭하였을 테고 사실과 비사실의 경계를 동양적 감수성이 드러나는 몽환적 화법으로 그려내기 위해서 다양한 조형연구와 시각이 병행되었을 것이다. 이 같은 작가의 회화적 예술의지를 통하여 진부하다고 느껴지는 현대미술의 ‘그림그리기’는 한 편의 유화 작품으로서 동양적 품(品)이 있다. 즐겨 그리는 ‘농무’와 ‘지휘자’, ‘감동’ 등에서는 신명나는 몸짓이 보여 진다. 상투를 돌리고 지휘봉을 휘두를 때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율동이 주어지고 주변의 색채와 형태는 춤을 추듯 중심에서 주변부로 울림이 멀어진다. 서양화가 정환이 보아왔던 그리고 꿈꾸어 왔던 세계의 표상들이 어떤 기류를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주목하는 점은 ‘꿈꾸는 버라이어티’, ‘미소지움’ 등에서 보는 것처럼 인간과 마을, 자연과 인공의 조형언어들이 뒤엉키고 오버랩 되어 밀도 높은 작품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미지들은 작가가 꿈꾸고 그려왔던 현실 너머의 오래된 미래들이며 기억의 조각들이 만들어낸 형상의 결과물들로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아득하고 그리운 파스텔 톤의 추억들이다. 정환은 회화적 표현을 의식과 무의식의 자유로운 꿈의 여정을 즐기는 ‘마음속의 자유풍경’을 현대미술 특유의 조형어법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마음이란 끝이 없다. 그 마음에 정환은 풍경을 담았다. 그래서 정환의 풍경은 정해진 사진속의 풍경이 아니라 마음속의 자유풍경으로, 보이는 현실의 풍경이 아니라 현실을 닮은 풍경이다. 이점에서 작가는 기능주의 현실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인이며 그 자유의 파편들을 쫓아 부드러우면서 두툼한 유화를 그려내었다. 작가에게 부드러움은 힘이며 예술작업은 사랑의 근원이다. 작가는 노트에서 “...미련과 고집을 버리는 힘을 빼야한다... 부드러움이 창작과 변화를 줄 수 있다.” 고 말한다. 그래서 화가 정환의 작품에는 강하고 거침보다는 부드럽게 유동하는 흐름이 있다. 예술은 길다하였던가! 중년을 넘어 예술의 길을 걷고 있는 정환의 순수한 그리기 작업은 예술의 심연을 찾는 기나긴 작업이다. 

 2012. 02 미술평론가 이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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